'이름'에 해당되는 글 1건

  1. 이름, 그 정체성에 대하여 3 2007.05.28

한참 영어공부에 열을 올릴 무렵, 나와 꽤 친분이 두터웠던 어느 외국인 선생님은 내게 Celine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따지고보면 이건 영어이름이 아니라 유럽, 그 중에서도 프랑스에서 흔한 이름인데- 그 선생님은 그냥 나를 그렇게 부르기를 좋아했다. 나중에야 알게된 사실인데, 그녀도 나처럼 비포선라이즈를 좋아했고 나를 알게되면서 내가 그 영화속의  셀린느와 닮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이건 엄청난 과찬이었다. 나는 그녀처럼 예쁘지도 않고, 그다지 사려깊지도 않다.

어쨌든 이후로 나는 외국인 친구들과 만날 때는 의례히 Celine이라 나를 소개했다. 처음에는 그저 그들에게 친숙한 것이 좋겠거니.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누군가 나를 그렇게 부를 때마다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친구가 내게 진지하게 물었다. "나는 네 한국이름이 더 좋아. 네 이름에는 멋진 의미가 담겨있거든. 네가 괜찮다면 너를 한국이름으로 부르고 싶은데, 안될까?" 아, 순간 나는 너무 기뻤다. 잃어버렸던 나를 되찾은것처럼! 그래 내 이름에는 멋진 의미가 깃들어있었지.

한 때는 내 이름이 너무 흔해서 싫었던 적이 있었다. 어느 성씨에나 내 이름은 늘 있었고, 심지어 같은 이름의 친구와 짝꿍을 해 본 적도 있었다. (재미있게도 이 친구는 내 인생 최고의 베스트프렌드가 되었다.) 때때로 이것에 대해 불평하는 내게 부모님은 말씀하셨다. "이름이 같다고 너와 그 아이들이 같은 건 아니야. 네 스스로 너를 만들어가는거지, 이름이 너를 만드는 건 아니거든."

네, 이제 알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