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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파니핑크 (Nobody Loves Me, Keiner Liebt Mich, 1994) 2007.06.12
〃사랑, 바로 그게 내 삶의 방식이예요.〃

파니는 별로 행복한 여자는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물론 그녀는 정기적으로 돈을 주는 직장이 있고, 그리 좋지는 않지만 늘 자신을 반겨주는 집도 있다. 게다가 귀여운 외모를 가지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 귀여운 얼굴을 하고 그녀와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해골모양의 귀걸이를 걸고 앉아서 푸념을 늘어놓는 모습이란 … 사실 나는 그 첫부분에서 큰 소리로 웃어제꼈는데 그 이유는 그녀의 고민하는 모습이 한 때 내가 전전긍긍했던 모습과 정확하게 오버랩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바로 이렇게 말했다.

여자가 서른 넘어서 남자를 만나는 것은 원자폭탄 맞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래요.

그녀는 어째서 늘 불안해하고 생에 대한 권태를 느꼈던걸까. 그녀는 '죽음을 준비하는 모임'에 참석하고 있었다. 이 모임은 모임의 이름과는 성격이 다르다. 잘 살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를 포함한 모임의 참석자들은 생에 대해 좀 더 애착을 갖기 위해 모임에 참석한다. "나는 아름답다. 사랑받고 있다."를 밤마다 외치는 파니는 불행하게도 잘못된 방법을 행하고 있었다. 지루하기 짝이없는 그녀의 인생에 돈을 벌기위한 오르페오의 거짓말은 일종의 희망이었다. (결국 그 사랑이 진실이 아니라는 걸 후에 깨닫지만...) 그녀는 왜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그 건물관리인에게는 할 수 없었던걸까.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그녀는 생에 대한 의지를 사랑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실제로 서른이 넘은 싱글에게는 별 문제가 없지 않은가. 참 재미있는 것은 그녀의 생에 대한 태도를 바꿔준 계기가 바로 '오르페오의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오르페오의 "이 잔의 반이 비어있니, 반이 차있니."라는 말은 쇼펜하우어의 "개개인의 결단에 따라서 앞으로의 시간이 달라진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어쩌면 그녀는 오르페오의 거짓말을 눈치채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만 "왜 내게 거짓말을 했니."라고 되묻기전에 자신의 생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면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먼저 깨달았던건 아닐까.

더 늦기 전에 빨리 남자를 만나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자 비로소 그녀는 그녀를 사랑하는 이를 만날 수 있었다. 아마 이제 그녀는 충분히 알게 되었을 것이다. 사랑만으로 그녀의 삶을 행복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것, 또 사랑이 늘 달콤하지는 않다는 것.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추구할만한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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