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디서 많이 본 제목이다. (웃음) 이것은 홍세화씨처럼 인천을 논해보자는 것이 아니라 새벽 5시에 갑자기 걸려온 아빠의 전화에 대한 얘기다.

요즘 잠이 없어져서인지 이상하게 새벽에 눈이 떠지기가 일쑤인데, 어제도 어김없이 이른 시간에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순간 울리는 전화소리, 곧바로 받은 전화너머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딸, 안잤어?
─ 아니 방금 일어났어.
─ 그럼 이 손님이 어디 가려고 하는지 좀 알아봐.
─ 응....?

젊은이들이 많이 가는 행선지는 아빠보다 내가 더 잘 아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아빠는 종종 내게 길을 물으러 전화를 하실 때가 있었다. 나는 또 잘 모르시는 곳이겠거니 하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뒤 수화기를 타고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 Hello?

허... 이건 뭐지;; 그녀는 외국인이었다. 잠시 당황 [...] 곧 나는 그녀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고, 그녀는 공항으로 갈 버스를 타겠노라고 했다. 다시 아빠에게 '공항가는 버스 타려고 한데.' 했더니 아빠는 '아, 나 거기 알아.' 하셨다.

우리집에서는 가족에게 관련된 모든 일이 9시 뉴스보다 더 중요한 소식이다. 엄마와 동생은 '하하 아빠도 생활영어를 배워야겠어.'라면서 신기해했다. 아빠가 들어오신 뒤 가족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 일에 대해 물었다. '그 여자가 한국말은 아예 몰랐어?', '공항가는거보니까 집에 가나보다.' 등등의 얘기들...

아빠의 말인즉슨 이랬다. 그 여자를 택시에 태워준 남자도 외국인이었는데, 그도 한국말은 제대로 못했고 그냥 간단히 '송내역'이라고만 얘기했단다. 그래서 여자를 태우고 송내역으로 가면서 아빠가 말을 걸었는데, 여자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아빠는 여자가 한국말은 전혀 못한다는 것을 직감했고, 곧 이렇게 이른 시간에 역에는 왜 갈까. 한국말을 하나도 모르는데 지하철은 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하기 시작하신거다. 혹여나 내려준 다음에 어두운 거리에서 길을 잃을까봐 걱정하신 끝에 내게 전화하셨다는 아빠의 말을 듣고 가족들은 모두 웃었다.

─ 아빠, 몰랐다면 택시 태워준 친구한테 전화했겠지.
─ 내가 그 생각까지 했나. 너랑 나이도 비슷한 애였는데, 걱정되잖아. 그것도 타지에서.

아빠는 공항버스가 서있는 바로 앞에서 여자를 내려줬다. 여자는 연신 Thank you라고 말하며 팁을 얹어 요금을 지불했는데, 아빠는 팁을 다시 돌려주며 '공항에서 맛있는 거 사먹어.'라고 하셨다.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는 웃으며 다시 한 번 고맙다고 말하고 버스에 올랐다.

동생이 웃으며 '그 팁 받아도 되는건데.'하자, 아빠는 '아빠도 알아. 그냥 안받은거야. 가끔 한국 생각하면 인천의 택시기사 생각하지 않겠냐.'하셨다. 하하하하 가족들은 다시 웃었다. 응 맞아 그거 기분좋은 일이네. 아빠는 한마디 덧붙이셨다.

─ 캐나다에서 왔다더라.
─ 그건 어떻게 알았어?
─ 손사래치면서 "캐나다"라고 했거든.

하하하 오랜만에 유쾌하게 웃었다. 그녀는 지금쯤 집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빠의 택시는 오늘도 인천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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