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다 말했던가

from Her Dream 2007. 5. 19. 12:04

 그 언젠가 나는 너무도 쉽게 좋아한다 말했던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었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용기내어 내 자신을 태웠던건지. 후회가 남는 과거는 싫어. 그렇지만 오늘이 지나면 나는 또 후회하겠지. 오늘의 선택을, 오늘의 내 한심함을, 오늘의 내 주저함을. 회색거리에 울려퍼지는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생각이 나겠지. 익숙한 전화번호 끝자리를 보면 또 생각이 나겠지. 도대체 왜,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은거야. 그래 그의 잘못은 아니지. 어리석게 나를 쉽게 내어준 내 잘못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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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것인가.

from Her Dream 2007. 5. 19. 03:26

이미 컴퓨터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숙제도 컴퓨터로 하고, 이력서도 웹을 통해 제출한다. 친구도 넷상에서 만들고 있지 않은가. 컴퓨터를 켜고 습관처럼 윈엠프를 실행한다. 그리고 어제와 같은 플레이리스트를 더블클릭한다. '이 노래는 좀 지겨운데...'하면서도 들을만한 노래를 다시 고르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듣는다. 요즘 한참 열을 올리고 있는 영어와 스페인어 공부에 정신없이 몇시간이 지나가고(이상하게도 산만한 상황에서 공부가 잘되는 희안한 타입..-_-), 시덥잖은 기사나 포스트를 보며 낄낄거리다가 내 블로그를 모니터에 띄운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고민 하나..
〃오늘은 무슨 얘기를 써야하지.〃
단언컨대, 이것은 분명 강박관념이다. 한참 과친구들 모두가 싸이월드에 대해 얘기할 때, 미니홈피를 채울만한 이미지에 대한 강박관념처럼... 이건 텍스트에 대한 강박관념이다. 이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강박관념이란 말인가. 나는 나를 위해 포스팅하나, 아니면 누군가에게 나를 보여주고 싶은걸까. 후자는 좀 아닌 것 같다. 나는 참 변덕스럽다. 이런저런 얘기를 막 쏟아내다가도 누군가가 덧글을 달면 위축된다. 더 이상 이 공간이 나만의 공간이 아닌 것 같아 두려울 때가 있다. 물론 나는 소통을 좋아하지만, 반드시 블로거 사이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있어야해.는 부담스럽다. 그것은 미덕이지 필수는 아니지 않은가. 이건 블로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보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한다. 더 나쁜 상황은 오프라인에서의 지인이 내 블로그를 알게될 경우이다. 나는 내 유일한 감정의 분출구였던 공간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것이다! (덕분에 네이버 블로그를 버렸다..) ─ 아, 비상양의 경우는 별로 거리낄 것이 없다. 후후 왜일까.
누군가에게 나를 아무렇지 않게 capricious라 소개했더니, 그는 꽤 당황한 눈치였다. 변덕스럽다는 말이 영미권에서는 특히 좋지 않은 뜻으로 받아들여지나보다. 이유인 즉슨, 오늘 사랑한다 말하고 내일 차버리는 그런 여자는 무섭다는 것이었다. 나는 짧은영어로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 내 변덕은 오로지 나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것일 뿐이라고.
결국 생각해보면 나는 철저히 나를 위해 포스팅하는셈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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