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from Her Dream 2007. 6. 20. 00:06
그저 신변잡기식 포스팅은 피해보려 노력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그다지 포스팅할 거리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개인적으로 단순히 '오늘은 뭐하고 뭐하고 뭐했다.'와 같은 포스트는 내 타입도 아닐뿐더러, 이상하게 쓰다보면 신세한탄이 되어버려서 [...]

불과 몇달 전만해도 참 쓸데없는 것까지 생각해서 뭔가 끄적거릴 거리가 많았지만, 요즘은 오로지 시험시험시험의 연속이니 별달리 생각하는 것도 없고 특별히 읽는 책도 없어져서 바보가 되어가는 기분을 느낄 뿐이다. 적어도 하루에 하나씩 영작을 해보려했던 다짐도 저 멀리 사라진지 오래 [...]

서른안에 나는 Fluent in English가 될 수 있으려나, 다른건 몰라도 그 일은 꼭 서른안으로 발을 들여놓고 싶은데 / 요즘같아서는 이도저도 안되겠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정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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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영어공부에 열을 올릴 무렵, 나와 꽤 친분이 두터웠던 어느 외국인 선생님은 내게 Celine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따지고보면 이건 영어이름이 아니라 유럽, 그 중에서도 프랑스에서 흔한 이름인데- 그 선생님은 그냥 나를 그렇게 부르기를 좋아했다. 나중에야 알게된 사실인데, 그녀도 나처럼 비포선라이즈를 좋아했고 나를 알게되면서 내가 그 영화속의  셀린느와 닮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이건 엄청난 과찬이었다. 나는 그녀처럼 예쁘지도 않고, 그다지 사려깊지도 않다.

어쨌든 이후로 나는 외국인 친구들과 만날 때는 의례히 Celine이라 나를 소개했다. 처음에는 그저 그들에게 친숙한 것이 좋겠거니.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누군가 나를 그렇게 부를 때마다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친구가 내게 진지하게 물었다. "나는 네 한국이름이 더 좋아. 네 이름에는 멋진 의미가 담겨있거든. 네가 괜찮다면 너를 한국이름으로 부르고 싶은데, 안될까?" 아, 순간 나는 너무 기뻤다. 잃어버렸던 나를 되찾은것처럼! 그래 내 이름에는 멋진 의미가 깃들어있었지.

한 때는 내 이름이 너무 흔해서 싫었던 적이 있었다. 어느 성씨에나 내 이름은 늘 있었고, 심지어 같은 이름의 친구와 짝꿍을 해 본 적도 있었다. (재미있게도 이 친구는 내 인생 최고의 베스트프렌드가 되었다.) 때때로 이것에 대해 불평하는 내게 부모님은 말씀하셨다. "이름이 같다고 너와 그 아이들이 같은 건 아니야. 네 스스로 너를 만들어가는거지, 이름이 너를 만드는 건 아니거든."

네, 이제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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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blog) : Web(웹)과 Log(로그)를 합친 낱말로, 스스로가 가진 느낌이나 품어오던 생각, 알리고 싶은 견해나 주장 같은 것을 웹에다 일기(로그)처럼 차곡 차곡 적어 올려서, 다른 사람도 보고 읽을 수 있게끔 열어 놓은 글모음이다. 많은 사람이 블로그를 인터넷 문화를 바탕으로 태어난 한 사람 (또는 홀로) 매체의 시작으로 본다.

내가 생각해보고 싶은 것은 블로그가 오픈되어 있다고 해서 누군가가 내게 가하는 공격을 당연시해야 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물론 이 '공격'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애매한 구석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내가 수긍하기에 불쾌한 덧글이나 엮인글정도로 풀이하는게 무난하겠다.

사실 몸담았던 곳은 몇 번 바뀌었지만 이런 웹페이지를 가지고 있었던게 10여년정도 전부터인지라 그간 몇몇 사건들이 있었다. 나는 천성상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성격도 아니고 아주 관심있는 분야가 아니고서야 댓글을 남기는 것도 흔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지인들 말고는 웹상에서 누군가와 부딪히는게 거의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내가 쓴 이야기에 반대하고 불쾌감을 여과없이 표현했었는데, 어렸던 나는 그거 자체가 너무 싫었고 상처받았었다.

뭐 다 지난 얘기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심각한 일도 아니지만, 그 이후로 어떤 글을 올릴 때 누군가에게 당할지도 모르는 '공격'에 대해 민감한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나는 그저 읽기에 무난한 내 얘기를 주로 했는데- 언제부턴가는 그 때문에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정말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에는 극단적이고 음란하며, 약간은 거북한 이야기도 있는데 나는 단지 미지의 무엇인가가 두려워서 웹에서의 나의 활동을 스스로 검열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 얼마나 한심하고 우스운 행동이란 말인가!

한동안은 마치 내 안의 자아가 분열되는 듯한 기분에 환멸을 느꼈었다. 나는 대체 누구를 위해 포스팅하는 것인가. 남을 위해? 물론 그것은 아니다. 나는 타인의 삶을 위해 포스팅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꽤나 이기적인 사람이어서 이런 방면으로는 타인을 먼저 생각하기 힘들다. 진실된 대화로 감정을 분출하기 어려운 현대사회에 블로그라는 공간은 그것을 도와주는 하나의 도우미 역할이기에 나는 철저히 나를 위해 포스팅한다. 그러나 따지고보면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가 '여기에 올린 것들은 내 것들이니 절대, 누구도 태클걸지 마시오.'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도 홀로 존재할 수는 없다. 분명히 내 생각에는 많은 문법적, 윤리적 오류가 있을것이고- 나는 스스로 몰랐었던 그 오류들에 대해 누군가 지적해준다면 감사할거다. 그리고 오픈블로그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의견을 교환하는 것 자체를 불쾌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의를 제기하는 방식에 있다.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힌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도) 한줄짜리 욕설에 가까운 비방을 성의없이 던져놓고 사라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자신의 생각이 진리인양 떠드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10개도 넘는 장문의 댓글로 테러를 하는 사람은 무엇이란 말인가! (차라리 메일을 보내지.) 모르겠다. 모르는사이에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걸지도...

아무튼 나를 잃지않으면서 나 자신을 온전히 표현하는 것, 나는 그 방법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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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아까 이글루스의 이오공감에서는 소리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실 그곳이 이글루스라는 것만 제외하면 그다지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서로 곧죽어도 경어를 쓰고 조금 그럴듯한 말로 포장했다는 것 말고는 네이버에서 매일 되풀이되고 있는 해묵은 남녀논쟁과 별반 다를바가 없기 때문이다.

─ 말이 나온김에 네이버는 상당히 무책임하다고 말하고싶다. 이미 많은 유저들이 지적했듯이 네이버는 대중을 낚는 기술이 탁월하다. 조금 더 자극적이고 댓글이 많을만한 기사를 이슈화한다. (설령 그것이 나중에 거짓이라 판명날지라도) ─

얘기가 다른 곳으로 새버렸다. 아무튼 나는 일련의 이야기들을 주욱 읽으면서 이 사회는 아직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사람들은 이미 조금만 핀트가 어긋난 여성들을 '된장녀'라 칭하며 비웃는 것에 익숙하다. 가끔 어느 철없는 행동을 볼 때 '된장녀'라는 단어를 나도모르게 떠올릴 때- 살짝 멍해진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새 여성들을 희화화시키는데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내가 명품가방을 하나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있다면 그 순간부터 나는 그냥 된장녀가 되는 것이다. 이건 뭐...

무엇이 우리를 서로를 지나치게 경계하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게 만든 것일까. 그것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사안인가. 키워드가 '여성'이거나 특히 '한국여성'일 경우에 반드시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다. "꼴페미", "페미년들" 등등... 물론 그런 말에 같이 욕설과 비하발언으로 대응하는 여성들도 있다. (그건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애초에 상대방을 잘못 골랐다.)

왜 유독 "페미니즘"이란 단어에 남성들은 거부감을 느끼는 것일까.

페미니즘에도 다양한 갈래가 존재한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일컫는 사람들이나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페미니스트들도 다양한 성향을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행동한다. 누군가는 전업주부이면서도 여성운동을 한다. 모든 페미니스트가 꼴통이고 특정대학의 동문이고 명품으로 도배를 하고 다닌다는 말은 한마디로 '풋'하고 웃게만든다는거다.

단언컨대, '페미니즘'은 '남성혐오'가 아니다. 누군가가 죽어라 남성에 대해 욕만 늘어놓는 페미니스트를 만났었더라고 얘기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 만났던 그 사람은 페미니스트가 아니었어요. 어디서 굴러먹다온 진짜 꼴통이었나보죠."

'페미니즘'과 '남성혐오'를 같은 맥락에서 보는 오류를 범하는 건 비단 국내에서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 포스트에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한다. 어느 칼럼리스트는 자신이 여성운동에 대한 칼럼을 게재하기때문에 받은 수많은 협박메일의 고충에 대해 얘기하기도 했다. 아무쪼록 두서없는 이 글은 그저 '페미니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안타까워 충동적으로... -_- 고로 당최 요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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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한다 말했던가

from Her Dream 2007. 5. 19. 12:04

 그 언젠가 나는 너무도 쉽게 좋아한다 말했던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었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용기내어 내 자신을 태웠던건지. 후회가 남는 과거는 싫어. 그렇지만 오늘이 지나면 나는 또 후회하겠지. 오늘의 선택을, 오늘의 내 한심함을, 오늘의 내 주저함을. 회색거리에 울려퍼지는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생각이 나겠지. 익숙한 전화번호 끝자리를 보면 또 생각이 나겠지. 도대체 왜,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은거야. 그래 그의 잘못은 아니지. 어리석게 나를 쉽게 내어준 내 잘못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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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것인가.

from Her Dream 2007. 5. 19. 03:26

이미 컴퓨터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숙제도 컴퓨터로 하고, 이력서도 웹을 통해 제출한다. 친구도 넷상에서 만들고 있지 않은가. 컴퓨터를 켜고 습관처럼 윈엠프를 실행한다. 그리고 어제와 같은 플레이리스트를 더블클릭한다. '이 노래는 좀 지겨운데...'하면서도 들을만한 노래를 다시 고르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듣는다. 요즘 한참 열을 올리고 있는 영어와 스페인어 공부에 정신없이 몇시간이 지나가고(이상하게도 산만한 상황에서 공부가 잘되는 희안한 타입..-_-), 시덥잖은 기사나 포스트를 보며 낄낄거리다가 내 블로그를 모니터에 띄운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고민 하나..
〃오늘은 무슨 얘기를 써야하지.〃
단언컨대, 이것은 분명 강박관념이다. 한참 과친구들 모두가 싸이월드에 대해 얘기할 때, 미니홈피를 채울만한 이미지에 대한 강박관념처럼... 이건 텍스트에 대한 강박관념이다. 이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강박관념이란 말인가. 나는 나를 위해 포스팅하나, 아니면 누군가에게 나를 보여주고 싶은걸까. 후자는 좀 아닌 것 같다. 나는 참 변덕스럽다. 이런저런 얘기를 막 쏟아내다가도 누군가가 덧글을 달면 위축된다. 더 이상 이 공간이 나만의 공간이 아닌 것 같아 두려울 때가 있다. 물론 나는 소통을 좋아하지만, 반드시 블로거 사이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있어야해.는 부담스럽다. 그것은 미덕이지 필수는 아니지 않은가. 이건 블로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보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한다. 더 나쁜 상황은 오프라인에서의 지인이 내 블로그를 알게될 경우이다. 나는 내 유일한 감정의 분출구였던 공간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것이다! (덕분에 네이버 블로그를 버렸다..) ─ 아, 비상양의 경우는 별로 거리낄 것이 없다. 후후 왜일까.
누군가에게 나를 아무렇지 않게 capricious라 소개했더니, 그는 꽤 당황한 눈치였다. 변덕스럽다는 말이 영미권에서는 특히 좋지 않은 뜻으로 받아들여지나보다. 이유인 즉슨, 오늘 사랑한다 말하고 내일 차버리는 그런 여자는 무섭다는 것이었다. 나는 짧은영어로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 내 변덕은 오로지 나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것일 뿐이라고.
결국 생각해보면 나는 철저히 나를 위해 포스팅하는셈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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