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er Dream 2007. 6. 15. 13:21

─ 이것은 장래희망이 아니라 밤에 꾸는 꿈에 대한 얘기다.

나는 꿈을 꽤 자주 꾸는 편인데(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일년 중 3/4 이상은 꿈을 꾼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기억나는' 꿈을!), 때로는 꿈이 미래에 일어날 어떤 일을 암시해 줄 때가 있다고 믿는다. 물론 나는 '영매'나 '예지자'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미래의 일을 꿈에서 보는 것은 아니지만, 꿈이 대강의 분위기 정도를 암시해 주는 건 어렵지 않게 겪을 수 있다.

지난 밤에도 어김없이 나는 꿈을 꿨다. 나는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아무래도 나는 홈스테이로 간 것 같았는데, 그 집에는 이미 4명의 유학생이 더 있었다. (하숙집 정도의 개념이었던 것 같다.) 그 곳에는 엄격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빈 책상에서 공부하되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일어나야 한다던지, 성적이 떨어지면 더 이상 그 곳에서 묵을 수 없다던지 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홈스테이는 없지만;) 어쨌든 들어간 첫날부터 나는 엄청난 향수병에 괴로워했고, 그것을 이겨보고자 공부에 매진하기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날 무렵, 갑자기 민방위 훈련마냥 '위이이이잉~'하고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뭔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는 내게 주인 아주머니는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들어왔는데 곧 컴퓨터가 폭발하니까 얼른 나가야해!"라고 했다. 나는 '이런 건 영화에서나 있던 일이잖아! 말도안돼!'라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그 곳은 미국이고 나는 아주머니와 유학생들 말고는 의지할 곳이 없었으므로 따라서 그 곳을 탈출했다. =_= 곧 폭발은 정말 일어났고, 나는 한국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 상황을 설명했다.

나름 스펙타클한 꿈이어서 [...] 상당히 피곤했다. 할 일도 많은데 왜 이렇게 뒤가 구린 꿈만 꾸는거지 요즘. 언제나 내 포스트는 뒤로 갈수록 흐지부지해지는데 오늘도 역시[...] 어쨌든 10년안에 미국으로 유학 갈 생각을 해봤는데, 어쩐지 이건 안 좋은 예감;;; 목적지를 전향해야겠다.


,
〃사랑, 바로 그게 내 삶의 방식이예요.〃

파니는 별로 행복한 여자는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물론 그녀는 정기적으로 돈을 주는 직장이 있고, 그리 좋지는 않지만 늘 자신을 반겨주는 집도 있다. 게다가 귀여운 외모를 가지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 귀여운 얼굴을 하고 그녀와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해골모양의 귀걸이를 걸고 앉아서 푸념을 늘어놓는 모습이란 … 사실 나는 그 첫부분에서 큰 소리로 웃어제꼈는데 그 이유는 그녀의 고민하는 모습이 한 때 내가 전전긍긍했던 모습과 정확하게 오버랩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바로 이렇게 말했다.

여자가 서른 넘어서 남자를 만나는 것은 원자폭탄 맞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래요.

그녀는 어째서 늘 불안해하고 생에 대한 권태를 느꼈던걸까. 그녀는 '죽음을 준비하는 모임'에 참석하고 있었다. 이 모임은 모임의 이름과는 성격이 다르다. 잘 살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를 포함한 모임의 참석자들은 생에 대해 좀 더 애착을 갖기 위해 모임에 참석한다. "나는 아름답다. 사랑받고 있다."를 밤마다 외치는 파니는 불행하게도 잘못된 방법을 행하고 있었다. 지루하기 짝이없는 그녀의 인생에 돈을 벌기위한 오르페오의 거짓말은 일종의 희망이었다. (결국 그 사랑이 진실이 아니라는 걸 후에 깨닫지만...) 그녀는 왜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그 건물관리인에게는 할 수 없었던걸까.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그녀는 생에 대한 의지를 사랑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실제로 서른이 넘은 싱글에게는 별 문제가 없지 않은가. 참 재미있는 것은 그녀의 생에 대한 태도를 바꿔준 계기가 바로 '오르페오의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오르페오의 "이 잔의 반이 비어있니, 반이 차있니."라는 말은 쇼펜하우어의 "개개인의 결단에 따라서 앞으로의 시간이 달라진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어쩌면 그녀는 오르페오의 거짓말을 눈치채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만 "왜 내게 거짓말을 했니."라고 되묻기전에 자신의 생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면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먼저 깨달았던건 아닐까.

더 늦기 전에 빨리 남자를 만나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자 비로소 그녀는 그녀를 사랑하는 이를 만날 수 있었다. 아마 이제 그녀는 충분히 알게 되었을 것이다. 사랑만으로 그녀의 삶을 행복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것, 또 사랑이 늘 달콤하지는 않다는 것.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추구할만한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

이것은 최근 뉴스나 많은 블로그에서 다루고 있는 기술유출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지난 4년간 공부하며 느꼈던 내 감정들에 대한 자기위안일지 모른다. 경영학을 전공하는 여우비님의 포스트를 읽고 '맞아, 나도 비슷한 고민을 몇 년간 해야했었지.'라며 두서없이 써내려가본다.

나는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어렸을 때부터 내 관심사는 다방면에 걸쳐있어서 특별히 '꼭 무엇이 되고싶다'는 꿈은 없었다. 그저 내 꿈은 죽기 직전까지 되도록 많은 공부를 내 힘으로 해보는 것이었다. 문학을 매우 좋아하고, 다른 나라의 문화에 엄청난 관심을 보이며- 때로는 악기를 마음대로 두드리며 나만의 노래를 작곡하는 것이 내 소소한 일상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나는 정말 내가 갈 길 하나만을 선택해야했고, 주변에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 전공을 택했다. 사실 따지고보면 그리 뜬금없는 결정은 아니었다. 나는 과학 역시 좋아했고, 특히 물리의 전기파트를 아주 재미있어 했으니까. (직접 배우고보니 깊이는 비교할수도 없었지만)

들어가자마자 배우기 시작했던 전공기초 과목들은 참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더 우스운 것은 나는 그 지루한 몇몇 과목들에서 좋은 성적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저 고등학교와 똑같은 아니 어쩌면 더 틀에박힌 수업을 대학에서도 듣고있다는 사실이 너무 서글프게 느껴졌다. 1학기를 마치고 나는 진지하게 전과에 대해 고민했다. 결국 그 때 전과신청서에 사인하지 못했던게 실수였는지 아니면 잘했던 것인지는 아직은 모르겠다.

내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시류를 반영하지 않는 교수님들의 교수방식이었다. 나는 모든 학문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미적분과 몇 가지 툴에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도 다 인간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하는 공부에서 '인간'은 배재되어있고, 온갖 수식이 우선이었다. 바로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공학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복잡하고 긴 맥스웰 방정식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 삶을 향상시켰는지 혹은 응용 가능한 부분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것이 아닌- 그저 칠판 한가득 풀이를 하는데에 급급한 모습은 참... 답답하다.

언젠가 선배와 전공과 적성에 대한 얘기를 했었다. 선배는 '우리나라에서 적성같은 건 없어. 있다면 돈걱정에서 자유로운 몇몇에게 해당되는 얘기겠지. 그냥 하는거야. 이유는 없고, 그냥 발을 들여놨기 때문에 하는거야. 중간에 다른 길로 과감히 전향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라며 한숨을 쉬었다. 나는 갑자기 슬퍼졌다. 선배, 그래도 공부를 억지로 할 수는 없잖아요. 내가 하는 공부를 사랑하고 즐겨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잖아요. 그냥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훌륭한 사람 말이예요.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겠다. 우리나라에서 공학도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그리고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있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