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안정을 취하셔야 해요. 계속 그렇게 몸관리를 하다가는 신체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많아질 거예요. 시도 때도 없이 피곤을 느끼고, 무엇보다 능률도 떨어지구요.

이건 뭐... 24세의 아리따..(ㅂ지는 않지만=_=) 어쨌든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꽃같은 나이에 듣기에는 너무 서글픈 얘기인거잖아. 거지같아. 거지같아. 거지같아. 병원에서는 늘 절대 안정을 취하라고 한다. 뭐 말만 들어서는 완전 멀쩡한 곳이라고는 없는 것 같지만... 사실 그건 아니고. 본의 아니게 독립해서 혼자 살게 된지라, 최근 두달여간 내 생활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아니, 아직도 엉망인 것 같다. 드라마에 나오는 깔끔한 집은 온데간데 없고, 쓰레기 만들기 싫어서 집에서 음식이라고는 절대 먹지 않고 [...] 주말에 집에 다녀올 때마다 싸주는 음식은 존재 자체를 금방 까먹어, 상하거나 썩게 내버려두고... 이사 온 첫 날, 생수를 5통 사뒀는데 어제 베란다를 보니까 그동안 한 통을 먹었다. 고작 집에서 먹은 물이라고 1리터가 다라니... 지금까지 쓰레기는 10리터 봉투로 한 봉지 나왔는데, 그것도 꽁꽁 싸매두고 매일 버려야지 버려야지 하면서 현관 앞에 그대로 두고 있다. 어제는 씻고 방바닥에 앉아서 휘익 둘러보고는, '아... 정말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하고는 청소를 좀 하는 척 하다가 졸려서 또 금방 자버렸다. 무계획, 무개념으로 살아가고 있나보다 정말.

그래도 한동안 심했던 우울증은 사라졌다. 아, 정말 최근에는 너무 우울했어. 동네라고는 쥐꼬리만해서 남자들만 득실거리고 (그것도 술취한 아저씨들만), 화장한 얼굴도 상큼하지 않은 짧은 미니스커트의 언니들이 배회하는 거리에는 별로 나다니고 싶지 않았다. 뭐 그것도 슈퍼총각이랑 좀 친해지고, 통근버스 기사 아저씨랑 인사 좀 나누고 하니까 좀 나아지더라. 그러고보니 중요한 건 소통 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 같다.

그래서 말인데, 늘 받기만 했던 내 삶의 방식을 이젠 정말 바꿔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전생에 좋은 일을 많이 했는지[...농담...] 나는 참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헌데, 늘 받은 만큼 베풀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을 가슴에 품고 산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천성이 본래 이런 것이니 어쩔 수 없구나...하고 체념 했었는데, 요즘 들어서는 '이제라도 나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라는 마음만... 보고 싶은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 그래, 아직 내 곁에 있어줄 때 잘 하자,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자.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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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내가 정말 보잘것 없는 상황에 처해있어도 나만은 적어도 나 자신을 사랑해왔었다고 자부했다. 그래, 너는 그나마 내가 제일 잘 아니까. 넌 잘하고 있는거야.

슬럼프는 언제나 불시에 찾아오지만, 이번은 좀 다르다. 외롭고, 서글프고 짜증이 난다.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면-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된다면. 누가 나를 사랑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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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찾은 이 공간의 마지막 포스트는 2007/06/23 14:24이었다. 갑자기 기묘한 느낌이 몸을 휘감는다. 나는 지난 세달동안 무엇을 하고있었나.

취직을 했다. 한달즈음 지나서 내 프로젝트가 생겼다. 성과를 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며 일을 했다. 친구도 몇 번 만났다. 만나서 밥을 먹고 피곤해서 금방 헤어지곤 했다.

블로그나 까페를 개설하는 것이 쉬워지면서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만 살아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다. 간혹 우연히 발길이 닿은 곳이 아주 오랫동안 멈춰진 시간 그대로라면 나는 어쩐지 우울해진다. 그것은 귀찮아서.일수도 있지만, 그마만큼 그의 여유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아, 나는 왜! 주말만 되면 우울해지는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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